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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칼럼 - 공황 장애와 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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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들뜨게 하였던 2002년 월드컵에서 만약 네덜란드가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면 당시 유명하던 네덜란드 축구선수 베르캄프를 과연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1998년 미국 월드컵에 나갔을 때 생긴 비행 공포증으로 평소에도 비행기를 잘 타지 않는다는 베르캄프가 15시간 이상 걸리는 한국까지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그때 네덜란드는 월드컵 유럽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었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가 가장 빠른 교통수단일 텐데 소위 비행 공포증, 고소 공포증, 폐소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해외여행은 꿈과 같은 이야기일 것이요, 국내 여행에서도 제주도는 가기 어려운 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공포증은 사람마다 시작이 다르지만 대개 공황 발작에서부터 시작된다.

공황발작이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머릿속에서 갑자기 원자폭탄이 터지는 것과 같다. 원자탄이 떠지니 머릿속은 혼란으로 뒤죽박죽이 된다. 그래서 숨이 막히고 가슴이 터질 것 같고 어지럽고 등등 여러 가지 격렬한 신체적 고통이 엄습하게 된다. 그러니 당연히 죽을 것 같은 공포심이 밀려오게 되고 이것을 경험하게 되면, 말 그대로 엄청한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이런 공황 발작은 전세계적으로 나라마다 유병률이 거의 같고 문화권이 다르더라도 증상이 똑같으니 생물학적으로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그 원인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뇌 속의 원자폭탄 투하는 인생에서 한번, 또는 운이 좋지 않으면 두 번 정도이다. 그러나 워낙 강해서 원폭 후 고생은 오래도록 사람을 괴롭힌다. 그래서 혹시나 다시 터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되어 혼자 있는 것이 불안하거나 아니면 사람 많은 곳을 가지 못하거나 또는 원폭 맞았던 장소에 도저히 가지 못하게 된다.

처음 상황이 비행기 속이었다면 비행 공포증이요, 폐쇄적인 장소에서였다면 폐소 공포증이 되고 높은 곳이었다면 고소 공포증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혹시 원자폭탄이 다시 터지지 않을까(위에도 말했듯이 대부분 한번만 터진다. 아니 한번만 터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는 불안으로 약을 항상 상비하게 되며 병원을 이곳저곳 전전하게 된다. 하지만 대답은 시원치 않고 결국 정신과 치료를 권유를 받아 방문하게 된다.

치료는 일단 약물 치료가 가장 우선이다. 약물 치료를 통해서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줄이고 공포심으로 인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 다음에는 인지 행동 치료를 하게 된다. 이 치료는 믿고 신뢰하는 치료자를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공황 발작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왜곡된 인지 행동을 바로잡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드디어 공황 장애에서 해방되며 그렇게 되면 전에 불가능했던 여행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김태훈 선생은 연세대학교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 경기도 광주 정신보건센터장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외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사랑샘터 정신과의원 원장으로 진료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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