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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nd Table] 마지막 선물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11.30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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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도 이달로 마지막, <트래비>의 라운드 테이블도 이달로 마지막이다. 
서로의 산타클로스가 되어 선물을 주고받는 달, 12월. 그래서 마지막으로, 선물에 대한 수다를 떨었다.

정리 <트래비> 취재부 
 
소소한 선물의 기쁨
 
고- 평소 여행지에 가서 선물을 자주 사는 편인지?
김- 내가 알아서 사진 않고, 가족들이 뭘 사 오라고 시키면 사 간다. 얼마 전에 일본에 갔는데 딸내미(김 부장의 딸은 중학생이다)가 ‘시세이도 퍼펙트휩 폼클렌저’를 사오래서 20개를 사다 줬다.
all- 20개씩이나 필요한가?
손- 그거 조금만 써도 거품이 많이 나서 하나만 있어도 엄청 오래 쓰는데.
김- 몇 개 이상 사면 추가 할인을 해준다고 해서 사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 같다. 어쨌든 한국의 반값에 샀으니 잘 산 거 같다. 딸 친구들 생일 선물로 하나씩 주면서 요긴하게 썼다.
천- 여자친구 있는 정 기자는 선물 많이 사지 않나?
정- 여자친구가 뭘 사 오라고 하는 편이 아니어서 그냥 초콜릿 정도 사오는 편이다. 오히려 여동생이 일회용 온열 안대를 사 달라고 해서 사 온 적 있다.
고- 나도 몇달 전에 오사카 갔다가 그 안대가 유명하다고 해서 선물하려고 사 왔다. 하나씩 나눠 주면 좋아하더라. 개인적으로 나는 별로지만.
예- 나는 ‘휴족시간’을 좋아해서 일본에 갈 때마다 매번 사 온다. 종아리에 붙이면 시원해지면서 붓기를 빼 주는 건데, 중독됐다.
손- 오사카 ‘돈키호테’에 가면 그런 상품들이 지천이다. 대규모 드럭스토어 같은 곳인데 없는 게 없다. 4층엔 성인 용품도 판다. 가전제품도 팔고.
고- 돈키호테에서 우리 고린이(고 기자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 선물로 가츠오부시 맛 고양이 간식 캔을 사 왔는데 무지 맛있게 먹더라. 그건 일본에서만 파는 맛이어서 한국에서 구하기 힘들다.
차- 나는 동남아에서 타미(차 기자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 간식 캔을 많이 사 온다. 우리나라에서 하나에 1,800원 정도 하는 캔을 300~400원이면 살 수 있다.
고- 우와! 진짜 싸다. 동남아 가면 사 와야지.

귀가 얇아 슬픈 여행자
 
고- 그 지역에서 유명한 거라고 하면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일단 막 사고 보는 것 같다. 프랑크푸르트 출장 중에 마트에 갔더니 여행 온 한국인 관광객들이 치약을 싹쓸이하고 있더라. 독일 치약이 워낙 유명해서 다들 사 간다기에, 나도 갑자기 안 사면 안 될 거 같아서 몇 개 사 왔다. 근데 집에 한국 치약 사 둔 게 너무 많아서 아직 한 번도 못 써 봤다.
김- 맞다. 남들 다 사는데 나만 안 사면 괜히 불안하다. 네팔 약국에서 파는 ‘히말라야 크림’을 다른 사람들 따라 샀다가 쓰느라 애 먹었다. 한 2년은 쓴 듯.
천- 태국 갔을 때 다들 ‘야돔’이 선물용으로 좋다기에 얼떨결에 많이 사 왔다. 그런데 그 물건의 용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주기가 애매하더라. 
김- 잘못 발음하면 괜히 기대하게 만들겠다. ‘야동’이라 생각할 수도.
all- 헐! ㅋㅋㅋㅋㅋ
예- 슬로베니아에서 염전 있는 지역에 갔다가 소금을 사라고 해서 사 왔는데 쓸 일이 없다. 누구 선물로 주기에도 뭐 하고.
고- 나도 크로아티아 닌(Nin)에서 소금이 워낙 유명하대서 엄마랑 엄마 친구 분한테 선물하려고 여러 개 사 왔는데, 엄마가 집에 소금 많은데 왜 사 왔냐고, 두브로브니크에서 장미크림이나 사오지 그랬냐고, 타박하시더라. 지금도 염전에 바닷물을 가두고 태양열로 건조시키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서 가치 있는 건데, 같이 여행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런 스토리를 이해시키기 어렵다.
손- 태국에서 팟타이 재료를 사거나 이탈리아에서 예쁜 파스타 면을 산 적이 여러 번 있는데, 매번 후회했다. 한국에서 요리하면 그 맛이 안 나더라. 결국 다 버리게 된다.
고- 미국 갔을 때 ‘알카-셀처(Alka-Seltzer)’라는 발포성 진통제가 두통, 근육통, 숙취까지 씻은 듯 낫게 해 준다기에 두 박스나 사 왔다. ‘애드빌(Advil)'이라는 진통제도. 그런데 어쨌든 약이니까 많이 아프지 않은 이상 먹게 안 되더라. 결국 유통기한 지날 때까지 그대로 남아서 버렸다.

그건 참 잘 샀어
 
천- 제일 성공확률이 높은 여행지 선물은 원두커피인 것 같다. 여행지의 느낌도 전하면서 맛도 보장되어 있고, 우리나라보다 가격 대비 퀄리티도 높고.
차- 동남아에서는 티백 종류를 사면 실패하지 않는다. 믹스커피나 허브티, 밀크티 등은 평준화된 맛이 있으니까 좋다. 누구한테 줘도 맛있게 마신다.
예- 베트남 믹스커피 G7!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템이다.
천- 얼마 전에 독일에 다녀온 트래비스트가 ‘감기 차’를 선물로 줬는데 꽤 괜찮더라. 정말로 이름이 ‘감기 차’다. 같은 브랜드로 다이어트 차, 스트레스 차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독일 사람들은 감기에 걸렸을 때 웬만하면 약을 먹지 않고 이 차를 마신다고 한다. 감기 기운 있을 때 마셔 보니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약국에서 판다고.
김- 독일에서 산 발포비타민, 성공적이었다.
고- 미국, 캐나다 갈 때마다 부모님 드실 비타민을 사 온다. 한국보다 저렴하고 질도 좋다. 최근 캐나다에선 ‘제이미슨(Jamieson)’ 비타민을 잔뜩 사왔다.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비타민 브랜드라더라.
차- 태국에서는 스파 브랜드 제품들이 되게 좋다. 샤워 젤, 바디로션, 향초, 아로마 오일 같은 것들. 대표적인 브랜드가 ‘탄(THAN)’, ‘디바나(DIVANA)’등이다.
고- 일본에서는 파이롯트(PILOT)의 지워지는 볼펜 ‘프릭션 볼(Frixion Ball)’을 산다. 한국의 반값이다. 개인적으로 많이 쓰는 아이템이고, 선물로도 실패 안 한다.
천-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캐릭터 기념품 강추! 병따개, 볼펜 등 다양한 기념품이 있는데 유쾌하다.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인물이라 그런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정- 오바마 캐릭터가 프린트된 두루마리 화장지도 파는 걸 봤는데 화장지는 조금 뜨악했다.

누구를 위한 선물인가
 
김- 친구 여행 갈 때 정보도 많이 알려 주고 할인도 받게 해 주고 이것저것 많이 도와줬는데, 열쇠고리 하나 사다 주더라. 그런 건 안 주는 게 낫다.
천- 출장 갈 때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선물 사 와”다.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일하러 가는 건데. 그래서 역지사지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나는 친구가 신혼여행 갈 때 선물을 사 오겠다는 걸 “절대로 아무것도 사 오지 말고 그 돈으로 너 밥 한 끼 맛있게 사 먹어. 그게 선물이야”라고 했다. 옛날에 평생 해외여행 한 번 가기 어려웠을 때나 열쇠고리 같은 기념품을 선물로 사다 줬던 거지, 이제 그런 시대는 아니지 않나.
고- 나도 친구 신혼여행 갈 때 선물 사 오지 말라고 백 번 말했다. 
손- 그래도 사 오지 않나?
고- 진짜 안 사 왔던데ㅋㅋㅋ
손- 받고도 황당한 선물이 있다. 전 남친이랑 오사카로 여행 갔을 때 ‘사쿠라 사케’를 너무 사고 싶어서 한참을 찾아다닌 적이 있다. 동그란 유리병에 벚꽃이 들어 있는 너무 예쁜 술인데, 결국 못 샀다. 근데 한 달 후 이 남자가 친구들이랑 오키나와 여행 가서 사 왔다면서 사쿠라 사케를 선물이라고 주더라. 그리곤 헤어지자고 말했다. 자기 죄책감 덜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차- 여기에 필적한 만한 에피소드가 어디서 나올 수 있나?
고- 기분 나쁜 거까진 아니지만 ‘이걸 어떡해야 하지? 영혼 없이 고맙다고 해야 하나?’ 싶은 선물들은 있다. 한국에서 하고 다니기 애매한 패션 아이템 같은 것.
김- 네팔 갔다가 실크가 유명하다고 해서 장모님이랑 아내 스카프를 하나씩 사 선물했다. 한 번이라도 두른 모습을 보겠지 했는데 정말 한 번도 안 하시더라. 그 다음부터 여자 선물은 내가 안 고른다.
all- ㅎㅎㅎㅎ
천- 개인적으로 출장 갔을 때 USB를 너무 근사하게 포장해서 주면 짜증이 난다. 포장지가 아깝다. 볼펜 포장도 마찬가지.

최고의 선물
 
손- 동생이 최근 배낭여행을 갔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많이 도와줬다. 대신 선물 많이 챙겨 오라고 리스트를 정리해 줬다. 프랑스 달팡 크림, 체코 맥주크림 마스크팩, 호주 포포크림, 이탈리아 장미수 등등. 나중에 모으니까 전 세계 유명 화장품 패키지 같아서 되게 좋더라.
천- 그런 건 패키지로 만들면 잘 팔리겠다. 세계여행 선물 꾸러미 같은 느낌.
예- 스페인 친구가 있는데, 자기가 유럽 여행을 하면서 가는 곳마다 엽서를 한 장씩 사 모았다며 편지와 함께 보내 줬다. 그 친구가 이 모든 도시들에서 나를 떠올렸을 거라 생각하니 감동적이었다.
천- 최근 트래비스트 한 명이 태국에 출장을 갔다가 여권 케이스를 선물로 사다 줬다. 원래 잘 쓰지 않는 아이템인데, 그 케이스에 내 이름 이니셜을 새겨 와 줬더라. 잔뜩 사서 하나씩 돌리는 선물이 아니라 나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어서 무척 고맙게 느껴졌다.
손- 중국 여행을 갔던 친구가 옛날 상형문자로 도장을 파 주는 공방에 가서 내 이름으로 도장을 만들어 왔다. 정말 마음에 드는 선물이었다.
all- 역시 마음이 담긴 선물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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