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치앙마이를 향긋하게 여행하는 법

  • Editor. 남지영
  • 입력 2017.09.28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orthern  Thailand
태국에서 만난 4가지 행운에 대하여
 
비가 왔지만 비를 맞지 않았다. 한창 우기에 접어든 태국이었지만, 빗발은 꼭 실내에 있을 때만 세차게 내리곤 했다. 1년에 딱 1주일만 열린다는 꽃 축제가 때마침 열린 것, 과일의 왕 두리안의 단 맛이 최고조에 달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저 운이라고밖엔 설명할 수 없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태국에서 비는 곧 행운을 의미한단다. 그야말로 행‘운(雲)’을 몰고 다닌 셈이다. 그 구름에서 내린 비라면 흠뻑 맞았다. 우리가 함께였다는 사실만으로.
 
●치앙마이(Chiang Mai)
향긋한 태국

눈으로, 코로, 입으로. 
태국은 쉴 새 없이 향기로웠으니.
 
 
요리에 앞서 재료를 탐험하는 시간. 맡아 본 것도 같은 이 향은 뭐더라
같은 레시피로 만든 쏨땀이거늘, 감정에 따라 맛이 이리도 다르다니
팟타이 만들기 드디어 성공
 

감정이 버무려진 맛

생각만 해도 신맛, 동남아 특유의 단맛, 얕보면 큰코다치는 매운 맛에 오묘한 새콤한 맛까지. 태국 음식은 한번 맛을 들이면 헤어 나오기가 힘들다. 팟타이, 톰얌꿍, 푸팟퐁커리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메뉴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쿠킹 클래스를 치앙마이에서 경험했다.

올드 타운 골목에 위치한 아시아 씨닉(Asia Scenic)으로 향했다. 요리를 가르쳐 줄 오늘의 선생님 개쓰비(Gassby)의 설명을 듣고서 우리가 고른 음식은 팟타이와 스프링 롤, 쏨땀 그리고 그린커리. 본격적인 요리에 앞서 애피타이저, 미앙캄(Miang Kham)을 맛보았다. ‘모든 걸 싸 먹는다’는 의미의 미앙캄은 식전에 미각을 깨우기 위한 목적으로 먹는다. 생강, 땅콩, 라임, 샬롯 등을 한 잎에 모두 싸서는 다같이 “촉디(Chok Dee)(행운을 빌며)!”를 외쳤다. 고소한 맛, 쓴 맛, 신 맛 등이 한꺼번에 어우러진 이 맛처럼, 여러 가지 복이 우리 모두에게 깃들기를.

첫 번째 요리는 면 삶기가 관건이라는 팟타이다. 실제로 예전에 대실패를 한 전적이 있기에 눈을 부릅뜨고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요리조리 열심히 따라 만든 결과, 과연 그 맛은? “내 팟타이 좀 먹어 봐요!” 서로에게 권하며 먹어 보는데 신기하게도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레시피로 만든 팟타이에서 조금씩 다른 맛이 나는 것이다. 이를 두고 개쓰비는 ‘감정(Emotion)’ 때문이라 했다. 그날 그 사람의 감정에 따라 요리의 맛이 달라진다나.

다음 코스인 스프링 롤과 쏨땀으로 넘어갔다. 볶은 재료들을 라이스페이퍼에 적당히 덜어 예쁘게 말아 스프링 롤을 완성한 후, 우리나라의 ‘김치’와 같은 쏨땀 만들기에 돌입했다. 그린 파파야, 토마토, 견과류와 라임 즙을 절구에 넣고 으깨고 칠리를 세 개나 넣었다. 알싸하게 매우면서 상큼한 쏨땀에 족발 한 점이 생각나는 건 나만의 일일까. 

대망의 마지막 메뉴는 그린 커리다. 절구에 칠리, 고수, 양파, 커리, 생강 등을 넣고 20분 정도 절구로 마구 찧어 페이스트를 만드는데 그 과정이 험난했다. 절구가 생각보다 무거워 금세 힘이 빠지고 어깨가 뻐근해져 왔지만 찧고, 찧고, 또 찧어 드디어 완성! 역시 각자의 감정에 따라 맛 차이를 보였다. 그중에서 적당한 묽기, 부드러움과 고소함을 모두 겸비한 <트래비> 기자님의 커리가 만장일치로 1등을 차지했다. 아마도 그날 기자님의 감정은 적당히 걸쭉하고, 부드러운 게 감칠맛이 돌았나 보다. 
 
주소: 31, 5 Rachadamnoen Road Soi 7, Thesaban Nakhon Chiang Mai, Amphoe Mueang Chiang Mai, Chang Wat Chiang Mai 50200, Thailand 
전화: +66 84 640 0988 
홈페이지: asiascenic.com
 
 
 
꽃 축제의 주인은 복을 비는 모든 이들이다. 한 아름 바구니를 들고서 정성껏 꽃을 올렸다
왓 체디 루앙의 본당 앞. 화려한 지붕 장식이 돋보인다
 

꽃을 놓으며 기도해 본 적이 있는가

태국은 가히 불교의 나라다. 인구의 95%가 불교를 믿으며 승려의 수가 40만명에 이른다. 어딜 가든 곳곳에 크고 작은 사원이 있고 승려에게 존경을 표하는 태국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종교는 깊숙이 스며든 생활의 일부다.

1411년, 왓 체디 루앙(Wat Chedi Luang)은 고대 란나 왕국의 수도였던 치앙마이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세워졌다. ‘왓(Wat)’은 사원을, ‘체디(Chedi)’는 불탑을, ‘루앙(Luang)’은 크다는 뜻인데, 이름대로 흙벽돌로 쌓은 큰 불탑이 사원에 자리하고 있다. 당시 쌓은 불탑의 높이가 무려 90m였지만, 이후 큰 지진으로 탑의 윗부분이 훼손되고 현재는 약 60m 정도만 남아 있다. 

우리가 찾은 때마침, 아주 특별한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매년 이맘때쯤 단 1주일만 열린다는 사원의 꽃 축제. 입구에서 꽃이 한가득 든 바구니를 빌려 들고 사원 전체를 세 바퀴 도는데, 오른쪽 어깨를 탑 쪽으로 두고 걷는다. 이때 세 바퀴는 각각 부처님, 승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마음을 의미한다고. 경건하게 기도하는 사람들 사이로, 주변의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조용히 꽃을 올렸다. 한 송이, 한 송이 진심 어린 염원을 듬뿍 담아서. 

불탑으로 이어진 계단에서는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이 느껴졌다. 물끄러미 한참을 바라보며 시간과 세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본당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촘촘히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진심이 가득 퍼져 나간 공간은 순수함과 경건함으로 꽉 메워졌다. 그들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시간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감정들이 떠올랐다.
 
왓 체디 루앙
주소: 103 Road King Prajadhipok Phra Singh, Muang District, Chiang Mai, Tambon Si Phum, Amphoe Mueang Chiang Mai, Chang Wat Chiang Mai 50200, Thailand
 
TIP▶사원에 갈 때면 기억할 것!
태국에서는 사원에 들어갈 때 민소매와 짧은 하의로는 입장이 불가능하다. 몇몇 사원 앞에서는 스커트를 대여해 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원도 있으니 미리 복장에 신경 써서 입장을 못 하는 일이 없길.
 

▶지영’S  PICK
반 타와이(Baan Tawai)

치앙마이에서 남쪽으로 15km 정도에 위치한 목공예 마을. 원목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액세서리, 조명, 조각품 등을 제작 및 판매하고 있다. 코끼리, 사람, 풍경 등 매우 사실적이고 섬세한 조각에 입 다물 새 없이 감탄사가 연달아 나온다. 꽤 넓은 규모의 마을에는 카페와 갤러리도 있으니 쉬엄쉬엄 둘러보며 개성 있는 목공예품들을 구경해 보자. 단, 실내 사진 촬영은 금지다.
주소: 44 108, Hang Dong, Amphoe Hang Dong, Chang Wat Chiang Mai 50230, Thailand  
전화:+66 81 882 4882 
홈페이지: ban-tawai.com
 
글 남지영 
 
태국 원정대 북부팀
여행기간: 5월24~30일
여행지역: 치앙마이, 치앙라이, 람푼, 람빵
 
작은 나뭇잎 하나에 방방 뛰며 좋아하는 지영, 괴로웠던 첫 만남 이후 두리안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만 예진, ‘미사리 같다’거나 ‘보성 녹차 밭 같다’며 가는 곳마다 기가 막히게 한국의 비슷한 장소를 떠올려 내던 솔희. 같은 장소에서도 늘 제각각이었던 이들은 달라도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 합이 묘하게도 환상적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만난 걸 신기해 하다가, 여행의 끝엔 급기야 “우리 다 같이 여기서 살자”라 말할 정도로 애틋한 사이가 되었다. 이 여행기는 행운에 관한 것이지만, 결국 그곳에 남지 못해 돌아와 버린 이들의 아쉬움의 토로이기도 하다. 태국에서 마주한 4가지 행운만을 말하지만, 어쩌면 가장 큰 5번째 행운은 서로를 만난 것일지 모르겠다.   
 

“다행이었던, 잊지 못할 기억” - 김솔희
무계획이 계획이라며 살고 있던 올 여름, 마음 한 켠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막막했는데. <트래비> 태국 원정대를 만나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지인들 중에선 몇 번이고 태국만 가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태국만의 푸릇푸릇한 풍경과 맛있는 음식,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에 답이 있었다. 5월 말, 치앙마이를 비롯한 태국 북부 지방은 덥고 습했지만 원정대원들이 주는 즐거운 에너지 덕분에 산뜻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트래비>와 원정대 친구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3+1의 여행” - 남지영
세 가지를 생각하고 갔다. 배낭을 다시 메는 것, 태국을 간다는 것,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 이미 다섯 번째 찾은 태국이었지만 완전히 새로운 관점의 여행이었다. 탄성이 절로 나는 하늘과 초록이 지천인 곳을 뛰노는가 하면, 취재여행이라는 명목으로 여행기자의 노고도 고스란히 체감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그렇게 생각했던 세 가지에서 하나가 더 추가됐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더더욱 감사했다. 찬락쿤 막막(매우 감사해요)! 
 
“사랑해요” - 손예진
애초에 태국 원정대 모집 공고에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문장이 있었으니, ‘셀 수 없는 먹을거리, 아기자기한 카페, 마사지 천국, 활활 불타는 야시장.’ 이번 여행은 실로 그 이상이었다. 늘 홀로 다니던 여행이 답이라 생각하던 탓일까. 함께하는 여행의 기쁨은 보다 크게 느껴졌다. 여행길에 나누었던 웃음들은 여전히 일상 속 큰 에너지로 작용한다. 또다시 태국을 방문한다면, 이들과 함께이고 싶다. 고맙다,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선물이. 최고의 일주일이 될 거라 했던 <트래비>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글 김예지 기자, 태국 원정대 북부팀(김솔희,남지영,손예진)  사진 유운상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